전체 글14 2. 파씨의 입문(황정은, 창비) 동명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는 황정은 작가의 소설집이다. 총 9편의 작품으로 길이가 짧아서 출퇴근길에 하나씩 읽기 좋았다. 글의 모양새가 간략하고 묘하게 리듬감이 있는데 〈계속해보겠습니다〉 때보다는 술술 읽혔다. 다만 워낙 함축적이라고 해야 하나, 내공이 적은 내가 마음으로 이해하고 감상을 남기기에는 어려운 작품들이 몇 있었다. 그럼에도 몇 가지 단편들은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아래에 그 단상을 기록해본다. 1. 「대니 드비토」 유라는 어느 순간 갑자기 본인이 죽었음을 깨닫고 생전의 연인이었던 유도 씨에게 말 그대로 붙어 버린다. 예전에 유도 씨가 했던 말처럼 정수리에도 붙었다가 오른쪽 팔에도 붙었다가 발등에도 붙었다가 종국에는 유도 씨의 집에 붙어서, 기다린다. 언젠가 나처럼 죽어 원령이 될 유도 씨와 .. 2021. 5. 16. 1. 계속해보겠습니다(황정은, 창비)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 몇 달은 직장과 집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져서 도무지 뭘 할 수가 없었는데 어느 정도 숨이 트이고 나니 내 하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료하기 짝이 없는 일상. 뭐라도 해야겠다는 의무감에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일단 최대한 얇은 책을 고르자는 생각 하나로 서가를 돌아보다가 예전에 인터넷에서 읽었던 구절 하나를 떠올렸다. 어느 소설책에 나오는 문장이라고 했었다. 검색하니 금방 책 제목이 나왔다. 제목은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 설명하자면 저러한 연유로 읽게 된 책이었다. 책은 정말 얇아서 출퇴근길에 읽기 안성맞춤이었다. 다만 그 출근길이라는 것이 뭘 하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시간이라 첫 장을 펴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지만. "내 이름은 .. 2021. 4. 14.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