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F: 영화

[23rd JIFF] 전주국제영화제 (5.5. - 5.7.) 후기

by 8월 2022. 6. 5.

드디어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영화의 거리


부천, 부산을 몇 번씩 다녀오는 동안 전주는 한 번도 가질 못했었는데 이번에 한 풀었다. 영화제 개막은 4월 28일이었지만 연차를 쓰고 가야 했기에 연휴가 끼어 있는 5일부터 2박 3일로 다녀왔다. 관람한 영화는 하루에 2편씩 총 6편. 오랜만에 영화와 함께여서 즐거웠던 시간들을 짧게나마 여기에 기록해본다.


1. 상영관, 숙소

CGV전주고사, 씨네Q

일단! 상영관들이 한 군데 모여 있어서 참 좋았다. 메인 상영관은 'CGV전주고사'와 '씨네Q'인데 건물 하나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수준이다. 부천이나 부산도 상영관들이 가깝긴 하지만 아무래도 상영관 수가 여러 개다 보니 시간표 짤 때 아예 고려를 안 할 순 없었는데 전주는 그런 고민 따위 하지 않아도 된다. 숙소는 영화관이 위치해 있는 객사에 잡았다. 몰랐는데 서울의 여느 번화가들이 생각나는 볼거리 먹을거리 사람들 천지인 곳이었다. 접근성과 편의성은 좋았지만 밤에 주변이 시끄러워서 고생했다. 조용한 곳에서 잠들고 싶다면 객사에 숙소 잡는 건 비추. 그리고 '씨네Q'의 리클라이너 좌석.. 최고이다. 의자도 편하고 단차도 적당하고 여러모로 쾌적한 영화관이었음.


2. 관람작

프로그램 가이드북, 관람작 티켓

총 6편을 관람하긴 했는데 첫 번째 영화는 그냥 잤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양심상 제대로 본 건 5편이다. 기억이 더 휘발되기 전에 좋았던 두 영화만이라도 짤막하게 감상 남기기.


윤시내가 사라졌다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윤시내가 사라졌다> (Missing Yoon, 2021)

Korea | 2021 | 108min | DCP | color | Fiction | 12 | WP
감독: 김진화 | 출연: 이주영, 오민애, 노재원

대한민국의 전설적인 가수, '윤시내'가 콘서트를 앞두고 사라졌다. 그런 윤시내를 동경하며 지난 20년 간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해 온 '순이'. 충격에 빠져 있던 것도 잠시 본인이 윤시내를 찾겠다며 길을 나선다. 한편, 순이의 딸 '짱하'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 대박을 위해 몰래 그런 엄마를 따라 나서고. 연시내의 동료 가수 '운시내'까지 합세하여 고물 자동차에 올라탄 3인방의 삐그덕거리는 동행이 시작된다.

순이와 짱하는 사이가 좋지 않은 모녀다. 딸은 윤시내를 좋아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고, 엄마는 자꾸만 엇나가는 딸이 어렵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해 그런 모녀 사이에 끼어든 운시내라는 남자.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불편하고도 오묘한 세 사람의 조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어찌보면 나름 건강한 결말을 맺어내는 영화다. 연시내를 맡은 오민애 배우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길 위의 가족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길 위의 가족> (Hit the Road, 2021)

Iran | 2021 | 93min | DCP | color | Fiction | G | KP
감독: 파나 파니히 | 출연: Hassan MADJOONI, Pantea PANAHIHA, Rayan SARLAK, Amin SIMIAR

영화는 대뜸 길 위에 멈춰 있는 차 한 대와 네 명의 가족을 비추면서 시작된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좋지 않은 상황임에는 분명해보이는 모습으로 길을 떠나는 한 가족. 초조하지만 겉으로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엄마와 한 쪽 다리에 기브스를 한 채 불퉁하게 앉아 있는 아빠. 그리고 무슨 일 때문인지 내내 조용한 큰 아들과 마냥 신나서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작은 아들까지. 고된 여행길의 끝에서 영화는 그래서 '왜' 그렇게 되었는지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사실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외국 배우들의 연기를 두고 좋다 나쁘다를 잘 구분 못하는 나지만 이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좋게 다가왔다. 특히 엄마와 작은 아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기억에 남는다. 익스트림 롱 쇼트로 담아낸 후반부의 이별 장면은 아직도 먹먹하다.


이 외에도 <바바리안 인베이전>, <크레이지 컴페티션>, <블루 벨벳>을 감상하였으나 큰 감흥은 없었다. <바바리안 인베이전>은 액션씬이 많은 영화였는데 주인공 연기한 배우가 엄청 고생했겠거니.. 하면서 봤을 뿐 스토리나 연출은 그닥이었다. <크레이지 컴페티션>은 블랙코미디 영화라 내 취향이 아니었음. 페넬로페 크루즈,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고 전체적인 완성도는 괜찮았던 영화.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니어서 별로였을 뿐, 같이 보았던 지인은 재밌었다고 했다. <블루 벨벳>은 그 유명한 데이비드 린치의 초창기 작이라고 해서 관람작에 넣었는데 아우.. 나한테는 난해한 영화였다. 살짝 졸린 상태에서 들어갔는데 정신이 화들짝 깨는 느낌이었음. 찾아보니 이게 그나마 감독의 대중적인 작품이라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는구만.

3. 식당

최대한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먹어 보고 싶었는데 성능 떨어지는 위장 때문에 더 분발하지 못한 게 아쉽다. 아래는 대부분 객사 주변의 식당들이다.

첫째 날 점심, '고자루'

첫째 날 점심은 '고자루'에서 냉우동을 먹었다. 숙소가 바로 앞이어서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생활의 달인에 나왔던 맛집이란다. 우동과 튀김 전문점이고 냉우동 말고 따뜻한 우동도 판다. 앉아서 검색해보니 냉우동이 유명한 것 같아 '토리텐 붓카케'를 시켰다. 같이 간 지인은 '에비텐 붓카케'. 전자는 닭튀김이 올라가고 후자는 새우튀김이 올라간다. 내 입맛에는 좀 짭짤했던 냉우동.. 우동보다는 튀김이 매우 맛있었음. 먹성 좋은 타입이 아닌 지인은 한 그릇을 다 비울 정도로 맛있었다 함. 가격도 7, 8천원대로 부담없는 식당이다. 만약 누가 전주영화제 가는데 맛집 추천해달라고 하면 추천해줄 듯.


첫째 날 저녁, '몽유도'

첫째 날 저녁은 고기를 먹으러 갔다. 이 곳도 숙소 바로 근처였는데 다섯시 반에 갔는데도 밖에서 조금 기다렸다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여섯시쯤 착석했는데 얼마 안 지나서 밖에 줄 늘어섬). 그냥.. 딱 요즘 고깃집 느낌이었음. 찬 깔끔하게 나오고 고기는 직원들이 다 구워주는. 뼈대삼겹이 유명한 것 같았지만 나와 지인은 저온숙성삽겹을 먹었다. 가격은 180g에 14,000원. 삽겹 먼저 2인분 먹고 이베리코항정살도 추가해서 먹으려고 했는데 배가 불러서 못 먹은 게 아쉽다. 갤러리에 고기 사진은 없고 볶음밥 사진밖에 없네. 볶음밥은 그저 그랬음. 그냥 고기를 더 시켜드세요.


둘째 날 점심, '로띠팜'

둘째 날에는 전주 한옥마을을 갔다. 그래도 전주까지 왔는데 한옥마을은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간도 따로 빼놨건만. 날씨는 덥고 사람은 오지게 많고.. 경기전 가서 이성계 어진 찍고 나오는데 이미 하루치 체력을 다 소진한 느낌이었다. 원래는 베테랑 칼국수를 먹으려고 했는데 돌담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줄 보고 미련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말 그대로 걷다가 보이길래 아무 곳이나 들어간 곳. 식당이 작고 테이블도 몇 개 없었지만 변두리(?)에 위치해 있어선지 손님은 적었다. 덕분에 시원한 식당 전세 내고 맛있게 먹었음. 한옥마을 갔는데 돈까스 먹고 싶다면 추천.


둘째 날 저녁, '무국 무국적식당'

객사에 위치한 맛집. 여긴 찐 맛집이다. 메뉴 사진만 보면 양식처럼 보이지만 딱 어느 나라 음식이라고 할 수 없는 퓨전 메뉴들을 선보이는 식당. 메뉴들이 어쩜 다 먹어보고 싶은 이름에 설명들이어서 그닥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네기', '커리 나스 덴가쿠', '버섯 득셸 트러플 리조또' 이렇게 세 가지나 시켰던..

'네기'는 저 길쭉한 그릇에 담겨 나온 스몰 디쉬인데 바질, 생크림, 미소로 만든 소스에 구운 대파가 들어가 있어서 이걸 빵과 함께 먹는 음식이었다. 처음에는 파?? 하면서 의심을 거두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존맛이었다. 파 향이 생각보다 강하긴 했지만 바질 향과 어우러지면서 나쁘지 않았음. 양도 많지 않으니 메인 메뉴와 함께 곁들여 맛보시길 추천. '커리 나스 덴가쿠'는 중국식 가지 튀김에 일본식 드라이 카레를 얹은 요리로 나한테는 좀 짜고 느끼했다. 처음 몇 입은 맛있게 먹었지만 결국 몇 조각 남겼음. 맥주랑 같이 먹으면 좋을 듯. '버섯 득셸 트러플 리조또'는 지인이 아주 맛있다고 극찬하였다. 득셸은 찾아보니 'duxelles' 이라는 프랑스 단어 같은데 대충 버섯을 버터에 졸여서 만드는 소스라고 한다. 나는 그냥 맛있는 크림리조또 먹는 것처럼 먹었음. 트러플, 버섯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시켜드셔보세요.


셋째 날 점심, '일품향'

군만두로 엄청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마지막날 들른 중국집. 군만두가 정말 맛있긴 했는데 찾아가서 먹을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같이 시킨 잡채밥도 맛있긴 했음. 탕수육도 유명하다고 함. 전주 왔는데 중간 이상은 하는 중국집 가고 싶다? 그럼 추천.


이건 뭐.. 전주국제영화제 후기글을 빙자한 먹부림 글이 되어 버렸지만 아무튼 잘 보고 잘 먹고 다닌 2박 3일이었다. 첫 스타트가 아주 좋았다. 전주도 부천, 부산처럼 매년 방문하게 될 것 같은 느낌. 내년에는 더 재밌는 영화로 만나자!


'REVIEW > F: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후기  (0) 2022.08.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