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L: 일상생활

조선왕가의 디저트를 직접 체험해보자: 경복궁 생과방 후기

8월 2022. 10. 15. 11:14


올봄, 인터넷에 올라온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 카페 사진을 보고 처음에는 한옥 카페인가? 싶었는데 경복궁 안에 자리한 공간이라는 걸 알고 어찌나 가보고 싶던지. 이름은 생과방. 검색해보니 그냥 갈 수는 없고 예매를 해야 갈 수 있대서 다음 예매가 열리기까지 오매불망 기다렸다. 결과는 티켓팅 대성공. 볕 좋던 9월 말에 다녀온 생과방 감상문을 적어 보겠다.

생과방이란?

경복궁 소주방 전각에 위치한 '생과방'은 궁중의 육처소(六處所) 가운데 하나이며, '국왕과 왕비'의 후식과 별식을 준비하던 곳으로 '생물방'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실제로 경복궁 안에 위치한 생과방은 말 그대로 옛 조선 왕가의 디저트를 준비하던 장소였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토대로 실제 임금이 먹었던 궁중병과와 궁중약차를 오늘날에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


지도에서는 '생과방', 혹은 '생물방'이라는 이름으로도 검색된다. 나 같은 경우는 남쪽의 광화문으로 들어와 매표소에서 경복궁 입장표를 구입한 뒤 쭉 올라갔다. 생과방과 가까운 동쪽 안내소 쪽에도 입구가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나처럼 남쪽에서 들어와 차례대로 내부를 구경하면서 올라가면 좋을 것 같다.

이용 및 예매 방법


- 화요일 제외(경복궁 휴궁일)
- 일별 4회차(10:00 / 11:40 / 13:50 / 15:30)
- 각 회차당 30명, 1인 2매 예매 가능, 회차 당 이용시간 70분

사전 선착순 예매인데 이게 참.. 경쟁률이 엄청나다. 나 예매했을 때도 금방 매진됐다고 들었다. 이걸 팁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몇 자 써보자면, 예매 시작 시간 1분 전에 실수로 예매하기 버튼을 눌러버렸는데 천 명 언저리의 대기자 수가 뜨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게 보였다. 그리고 운 좋게 대기자 수가 다 사라졌을 때 딱 예매 시작 시간이 되어서 들어가보니 시간 대마다 28~30명씩 남아 있었던 걸로 기억. 참고로 핸드폰으로 예매했다.

예약자 본인 방문이 어려운 경우 가족에게만 양도가 가능한데 입장하기 전에 담당자가 가족 관계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요청한다. 꼭 까먹지 말고 가족관계증명서나 예약자 및 참가자 신분증 챙겨가야 함!

생과방 메뉴 및 이용금액


- 인터파크 예매 시 예약금: 5,000원
- 경복궁 매표소: 3,000원
- 생과방 궁중병과(드시다): 종류별 1,000원 ~ 3,000원, 세트 9,000원
- 생과방 궁중약차(마시다): 종류별 4,000원 ~ 5,000원
※ 생과방에서 다과 결제 시 예약금 제외한 금액만 결제

시간에 맞춰서 생과방 앞에 도착하면 병과와 약차 종류가 나와 있는 팜플렛을 나눠주신다. 보니까 대부분 인당 차 한 종류, 병과는 세트를 주문해 드시는 것 같았다. 나중에 추가 주문도 가능하다.

궁중병과 세트, 감국다(약차)


거의 자리 안내와 동시에 다과상이 나온다. 궁중병과 세트는 호두정과, 주악, 약과, 사과정과, 매작과, 그리고 구선왕도고 총 6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속에 따로 담겨 있는 네모난 떡 같은 게 구선왕고도인데, 아홉가지 한방약재가 들어간 떡으로 각종 성인병에 시달렸던 세종대왕을 위해 올리곤 했던 음식이라고 한다. 사실 한방 냄새는 모르겠고 그냥 맛있는 백설기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구선왕도고와 동그란 모양의 주악이 가장 맛있었다.

궁중약차 감국다, 강계다음


차는 총 5종류였다. 강계다음, 삼귤다, 감국다, 오미자, 제호차. 이 중 오미자와 제호차는 기본 아이스로 제공되고 나머지는 따뜻하게 나오지만 얼음을 따로 달라고 요청하면 준비해준다고 한다. 내가 갔던 날은 볕은 좋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따뜻한 차로 주문했다. 인터넷 후기글을 보니 내려 먹는 재미를 느끼려면 강계다음을 시키라고 하던데, 다기의 모양새라던지 내려먹는 과정 등이 확실히 좀 달라 보이긴 했다.

[경복궁 생과방 - 궁중병과] 경복궁 생과방

경복궁 생과방 2022

saenggwabang.modoo.at

각 메뉴의 정확한 가격과 설명은 위의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좋을 듯 합니다.

생과방 내부

생과방 마당


생과방 안에 들어가면 여러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데 선착순으로 앉고 싶은 자리를 정할 수 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일찍 도착해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1등으로 들어가게 된 우리.. 어디 앉으면 좋겠냐고 여쭤보니 마당이 정가운데로 보이는 가운데 자리를 추천해주셨다. 근데 워낙 내부 이곳저곳을 예쁘게 단장해놓아서 어디 앉아도 좋을 듯 하다. 마당이 생각보다 드라마틱하게 예쁘지도 않았고. 나는 오히려 사람들 한가운데에 앉아 있으니 눈치도 보였다. 다음에 간다면 구석에 앉을테야..

마무리


사실 생과방에서 제공하는 다과의 퀄리티를 기대하고 가면 안 된다. 가격이 굉장히 저렴한데 딱 그만큼의 맛이다. 다만 실제로 옛 조선 왕가들이 먹던 다과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경복궁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운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좋았다.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방문해서 더 아름다웠던 경복궁 곳곳의 모습을 남겨본다. 일부러 여유 있게 도착해서 한 바퀴 죽 둘러본 뒤 생과방으로 향했는데, 마침 날씨도 화창해서 상쾌하니 좋았다. 사실 생과방보다 경복궁 자체가 더 좋았던 것 같기도? 예매가 너무 빡세기 때문에 또 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한 번 경험해본 것으로 만족한다!